화보·글

사카다와 후지사와 藤沢 : 坂田

野 人 2010. 8. 30. 21:59

 

한밤중의 우여곡절 끝에  初代 名人 후지사와를 탄생시키며  막을 내린  第 1期  名人戰 .

 

第 2期 도전권을 놓고 또다시 吳淸源과 만난 사카다는  吳 九段을 따돌리며 도전권을 손에 넣는다.

 

初代 名人位를 코앞에서 아깝게 놓쳐 버렸던 사카다.

기어이 名人位 마저 접수하여  슈사이 名人 이후  세상에서 잠시 잊혀졌던..

' 名人 - 本因坊 '  이라는  찬란한 수식어를  다시 등장 시킬 기세다.

 

자 ~  이제 本因坊과 名人이 맞붙는다.  메이진 후지사와 히데유키  對  홍인보 사카다 에이슈.

 

그야말로 용과 호랑이가 만났고..  兩雄의 부담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열도의 바둑팬들은 환호하며 兩分됐다.

 

이 역사적인 대국은  63年 8月 4日, 전통의 福田家에서 이루어졌다.

 

대국시간이 임박하자  쓰시마 가스이치(津島壽一) 日本棋院 총재 ,  立會人 세고에 명예 九段 ,

해설을 맡은 吳淸源 九段이 지켜보는 가운데  兩雄은 한껏 굳은 표정으로 등장한다.





兩雄 모두는 근래에 보기 드문 하까마를 단정히 차려 입고 있다.  전통 和服 차림은

대국자의 비장한 표정과 어우러져  자체만으로도 대국장의 大勝負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백만 대군이 서로 마주하고 진을 친 듯한  폭풍전야의 팽팽한 긴장감 ~

 

규정에 의해  5살 연하의 名人이지만 상좌를 차지하고..  돌을 가린 결과

本因坊의 先番이 결정되었다.  대국개시가 선언되고  사카다의 첫수가 적막을 깨며 3.三에 떨어진다.

순간 카메라의 플레쉬가 요란스럽게 터지고..

 

초반전 양상은 兩雄의 棋風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本因坊은 세 귀를 차지하며

한껏 實利를 챙겼고..  名人은 두텁게 두텁게 勢를 차지하며  특유의 氣魄으로 맞서고 있다.

 

시간이 되어  名人은  白 82를 封手한다.

원래 封手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名人이지만  시간이 닿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名人이 封手를 기피하는 이유는  좀 별나다.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행여 좌표가 틀릴 것을 염려한 탓이라고..

호방하고 대범하기로 소문난 괴물 슈코가  이 장면에서 만큼은 이렇게 작아지다니 ~  ㅎㅎ

천하의 괴물도 자신의 경솔한 성격 만큼은  당해내기가 버거웠나 보다.


그동안 本因坊은 척척 돌을 걷어치우고  금새 자리를 떴다.

대국 내내 兩雄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封手 제도가 처음 도입될 무렵, 하시모토는 한창 전쟁 중에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쉬는 것은

이상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었는데..  후지사와도 같은 생각이라 한다.

氣魄과 感覺을 중시하는  속기파들의 특징이다.



 



對局이 이틀째로 접어들자  표정들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싸움은 좌변에서 중앙으로  또다시 중앙에서 우변으로..

들불처럼 번져가며  盤上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兩雄은 전신을 바둑판에 묻은 채  ' 모르겠다 '  -  ' 야단났다 '  라는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바둑은 布石에서 실패한  白의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지만 사카다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과격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유리하다고 해서  물러서거나 늦추어 준다면  그것은 이미 사카다가 아니다.


사카다의 사냥개같은  인파이터 본능이 어디 가겠는가..

사카다의 지나친 압박은  또다시 바둑을 혼전으로 몰아넣는다.


온몸의 氣를 바둑돌에 불어넣을 듯  112로  힘차게 끊어가는 후지사와 ~

드디어  秀行   一流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인가..

 

이 소식이  대기실에 전해지자

秀行의 귀여움을 받는 젊은 棋士들은  일제히 긴장하며 이 手의 가부를 놓고

붙여가는 다음 手를 연구한다.  열띤 검토를 벌인 결과  白이 잘 안된다며 머리를 가로젓고..

곳곳에서 안타까움과 탄식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 순간  대국실의 名人은  별 걱정을 다한다는 듯  노타임으로 그 반대쪽에 붙여가고 있었다.

이른바  ' 코 붙 임 의  一 擊 '  이다.

 

이를 본  吳 九段도 전혀 뜻밖인 듯 ~   天籟의 妙手(하늘피리의 묘수)를 연발하며  극찬하고 있었고..

대국실 주변에서  本因坊이 한 방 맞았다는 말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실상  국후검토 결과, 이 부근에서 형세가 역전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名人은  그 어렵게 잡은 勝機를  얼마 못 가서 다시 돌려놓고 말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그놈의 실수가 또 터져 나온 것이다.

기회는 오기 어렵고  어렵게 잡은 기회는 놓치기 쉽다 더니 ~


대국이 終盤으로 접어들면서  대기실엔 巨峰 기다니 선생까지 합세하여

吳 - 木 ,  兩豪를 중심으로  뜨거운 연구가 벌어지는 가운데..

대국실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바둑은 終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本因坊은  ' 야단났다 ' 를  연발하고   名人은  ' 무서운 일이다 '  라며  긴 숨을 연신 토해내고 있다.


오후  8 時  무렵 ,  다소  때 이른 終局이었다.


" 어떻습니까..  제가 이겼지요 ? "

성격 급한 사카다는 언제나 그렇듯  계가를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吳 九段을 돌아본다.





그러나 그 대답은  名人이 대신해 주었다.

" 한 집 졌어요.  저녁 식사 때  아무리 연구를 해도  한 집이 부족해서 무척 약이 올랐다."  고..


그렇다면 저녁 식사 후 ~   名人이 즐기는 그 특유의 긴 하품을  무심하게 토해내고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길 수 없다고  확인했던 까닭이었으리라.

 

 

 

 

 

세간에는 사카다와 후지사와는  서로 怏宿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  편협되고 왜곡된 사실이다.

모든 매체들이 하나같이  이 둘의 상극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며 묘사했기 때문이다.


兩雄은 서로의 강함을 익히 잘 알고 있었으며  또 인정하고 있었다.

"사카다의 진짜 강함을 아는 者는 나 밖에 없다."  라고  말한 사람은 바로 후지사와였으며

후지사와를  ' 一流의 勝負師 '  로   評한 사람 또한 사카다였다.


상대를 의식하고 인정하는 동시에  폄하한다는 것은  함께 품을 수 있는 마음이 못되기 때문이다.


물론 둘의 관계가  다정하고 친밀한 정도까지는 못 되었지만..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호사가들과 무책임한 바둑계의 참새들에 의해  상당 부분 과장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들의 대결을 상품화 시킬 필요성이 있었던 집단들이  만들어 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모든 면을 작위적인 대결 구도로 몰고 가면서  잘 안 맞는 면만을 부각시켰다는 인상 ~

 

 

" 매스컴의 입은 막을 수가 없다.

秀行 씨와 만나면  '숙명의 대결' - '전생의 악연'  따위로 마치  원수지간처럼 묘사하며 선동한다.

허나 강철이 맞부딪치면 불꽃이 튀는 것은 당연지사, 실상 당사자들끼리는 다른 뜻은 없다.

돌이켜보면 다소 어른스럽지 못하게 생각되는 것도 나이 탓일까..


당시는 아직 한창때였고  서로의 기량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단지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배도 가깝다.

선배를 대할 때와는 달리, 바로 뒤에서 바짝바짝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절대로 따라잡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거의 대등한 조건을 갖춘 상대, 즉 호적수에 대해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또한 강한 것이다.

그저 그것 뿐이었다."

 

晩年의 사카다 선생 회고에서  매체에 대한 약간의 원망과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고로 나무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지를 흔들어 대는 것은  언제나 바람이다.

단지 둘은  성격과 취향이 좀 달랐을 뿐이다.

 

 

 

 

 

 

 

후지사와 선생이  日本棋院과 불미스런 관계가 있은 후, 사카다 선생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이제  5살 연하의 라이벌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사카다 선생의 몸  한쪽 귀퉁이가 몹시 시리고 쓸쓸할 거란 생각  지울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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