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川 이란 사람은 참으로 이상한 인물이다.
本因坊 十連覇란 고지 앞에서 주저앉았을 때도 그다지 안타까워하거나 분하다는 기색은 없었으며
흔히 말 할 법한 다시 돌아오겠다는 식의 勝負師다운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저 연령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느니.. 이제 젊은 세대에게 낡은 세대는 이미 당할 수 없다는 등
마치 모든 것을 달관한 求道者처럼 보였다.
그러나 말처럼 그것이 그의 한계는 아니었다.
本因坊의 권좌에서 물러난 후에도 日本選手權戰에서 사카다와 야마베를 연파했고
호사이로부터 十段位를 빼앗았으며 여전히 상당 기간 本因坊戰 리그에서 호랑이로 군림했었다.
일찍이 林海峰의 바둑을 ' 바다와 같다 ' 라고 評한 사람은 바로 다카가와였다.
林의 바둑은 妙手도 없고 惡手도 없이.. 뚜벅 뚜벅 ~
그저 밀면 당기고 당기면 밀어붙여 이겨버리는 그 육중한 허리 힘은 과연 바다를 연상케 했다.
그에 비하면 사카다는 불꽃이요 颱風과 같았다.
항상 거칠게 소용돌이 치며 붙이고 젖히고 끊어가며 승리를 챙겨가는 방식은
화산처럼 강렬했고 寶劍의 광채처럼 찬란했다.
그렇다면 高川의 바둑은 ?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세면 잠시 몸을 숨기는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홀연히 다시 나타나 의연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
그렇다. 그의 바둑은 마치 하늘을 닮았다.
어렵게 두는 쪽과 쉬운 쪽의 갈림길에서 기꺼이 쉬운 쪽을 택하는 高川 ~ !!
상대는 웬 일인지 계속 좋은 곳을 두는 기분이며 판단은 쉬워지고 착수는 빨라진다.
그러나 勝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같은 상황에서 반드시 어려운 쪽을 택하는 호사이 九段 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그러므로 대세 판단이 정확하단 말을 자주 들으며
심지어는 ' 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는 식의 억측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설마 져도 좋다고 생각하며 바둑을 두는 棋士야 있겠는가..
아니 왠지 高川 이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그저 하늘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그리고 第 7期 名人戰에서 천적 사카다를 물리치며 도전권을 손에 넣은 후
林海峰 마저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며
53 歲의 고령으로 최대 기전인 名人位에 우뚝 서는 기염을 토하게 되는 것이다.
7期 名人戰의 운명을 결정지은 第 4 局은 東京의 羽沢 가든에서 두어졌다.
이 바둑에서 敗한 林 名人은 막판으로 몰리며 戰意 마저 상실하게 되는데..
끈기와 포커페이스의 대명사 林海峰을 패닉 상태로 몰아붙이며
그렇게 허물어뜨린 棋士가 어디 또 있을까..
도전권을 손에 넣은 후에도
" 나는 이미 나이가 나이며, 사카다 마저 물리치는 林 군에게 名人位를 앗아올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도전자로서 기록에 이름을 남기는 것 만으로도 만족입니다."
第 2 局을 마친 후에도
" 林 군은 수를 잘 보고 있는 것 같다. 약간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한 판 쯤은 더 이겨보고 싶다."
어디까지나 겸손하고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겠다는 듯..
知性派 勝負師 高川은 그렇게 담담하고 정갈한 어투로 말할 뿐이었다.
역시 ' 高 川 流 ' 의 핵심은 수단이나 체력이 아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이 지닌 마인드와 멘탈이 아닌가 싶다.
順理를 따르겠다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이길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 같기도 하다.
이러한 無慾과 謙讓이 바로 高川 바둑의 要諦요 勝因이라니..
아.. 어렵다. 바둑의 깊이도 ~ 그 인품의 깊이도 ~~
치열한 勝負를 담대함으로 품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 ~
중반전을 넘어설 무렵, 林의 분명한 우세라는 것이 吳 九段을 비롯한 대기실의 일치 된 견해였다.
林 名人도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도전자는 마법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드디어 민첩한 손놀림으로 공배를 메워가고..
" 어찌 된 것인가.. " 라고 名人은 혼잣말처럼 묻는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불안을 내포한,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승리는 틀림없겠지만, 과연 몇 집인가.. 하는 그런 뉘앙스였다.
그러나 사실 吳 九段을 중심으로 한 대기실에서는 이미 170 手 부근에서
高川의 빅 勝을 틀림없이 예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끝내기를 해봐도 黑 - 67 目 , 白 - 62 目은 부동이었던 것이다.
관전자들은 아무도 말이 없다. 高川도 자신의 빅 勝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당사자인 高川의 침묵은 무엇보다 확실하게 이 사실을 잘 증명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林 名人만 모른다는 사실에 차마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으며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林의 모습에서 관전자들은 참담함을 느꼈다.
計家를 마치고 빅 敗를 확인한 林 名人은 啞然失色 ~
마지막까지도 2 집 勝을 예상하며 최악의 경우라도 1 집은 남길 것이라 확신했던
林 名人의 충격과 대미지는 상당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長技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당했으니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 없는 그가 " 20 집 정도 앞서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겠다." 는
동네 아마추어같은 자조 섞인 말을 되뇌고 있었으며..
연이어 " 이젠 틀렸다. 5 局에서 끝난다." 며
그 답지 않게 때이르게 勝負를 포기하는 듯한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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