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글

못 잡으면 던지면 되지 않느냐..

野 人 2011. 1. 22. 02:24

 

77 年, 요미우리 新聞社의 주최로 출범한  꿈의 碁戰 - 棋聖戰은 戰前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며

결국은 후지사와 對 하시모토라는  두 老雄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두 老雄의 鬪魂은 젊은 棋士들을 부끄럽게 했고..  보는 이의 옷깃을 여미게 했었다.

이 대결에서 후지사와는 하시모토를 일축하며  과연 秀行은 새것을 좋아한다는 명성에 걸맞게

初代 棋聖位를 거머쥐게 되는데..


 

 

 

 

돌이켜 보면  70 年代 만큼 바둑팬들이 행복했던 때가 또 있었을까 싶다.

기다니 도장 俊英들의 群雄割據와 林海峰 ,  그 속에서 知天命을 훌쩍 넘긴 나이에

後學들에게 실전으로 뼈아픈 교훈을 심어줬던  鸞 鳳  후지사와 ~


여기에  하시모토와 사카다 역시 나이를 잊은 듯  녹록지 않은 매서움으로

여전히 한칼을 날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때 바둑에는 品格과 깊이가 있었다.

名人의 한 手는 心琴을 울렸고  棋士는 존경을 받았다.

헌데 지금은 ?  볼 수 있는 바둑은 많아졌지만 느낄 수 있는 바둑이 없다.

순발력 좋은 바둑기술자는 많지만  바둑쟁이는 없다.  존경 할만한 棋士를 찾을 수 없다.

바둑界가 이 같은 황금기를 다시 맞이하기란  결코 쉽지 않으리라.


각설하고 棋聖戰 출범 당시  가시적인 타이틀의 가치는 무려 1,700만 円이었다.

30 여년 전의 우승 상금만 말이다.

분명 수단과 방법은 진화하고 있다는데, 어찌하여 그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단 말인가 ?

과연 무엇이 진정  바둑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인지..

바둑의 미래를 위해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

 

 

 

 

그러나 棋聖 후지사와는 곧바로  당시에 전성기를 구가하며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本因坊 가토 마사오 九段의  도전을 받게 된다.

첫 방어부터  최대의 難敵을 맞이한 셈이다.


第 2 期  棋聖戰은 北海道의 그랜드 호텔에서  그 막을 올렸다.


加藤은  리그전 진행 중에도  棋聖만 만나면

" 만약에 제가 선생님께 도전하게 된다면  아마도 棋聖位를 앗아오게 될 것 같다."  며

번번이 선전포고를 날렸고..

이에 棋聖은  " 가루를 만들어 주겠다." 로  화답했었다.


前夜祭의  임전 소감에서도

" 어떻게든 棋聖位는 방어한다  !! "   <=>   " 반드시 쟁취한다  !! "  로

兩雄은 투지를 불사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어디까지나 다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결전의 의지와는 달리  이번 시리즈 내내  棋聖은 加藤을 꾀어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타이틀을 다투는 사람들로는 보여지지 않을 만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둘은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封手를 둘러싼 신경전 따위도  둘 사이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  양보하고 배려하며..

치열한 勝負세계의 裏面도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兩雄은 잘 보여 주었다.


이번 七番勝負 시리즈는  내내 서로가 중국식 布石만을 주고받는  고집을 부렸으며

第 1局에서는 소장자가 愛之重之하던 榧子盤이  대국 도중 갈라지는 진풍경이 연출 되기도 했다.


 

 

 

어찌 됐든 간에  술에 찌든 棋聖이 旭日昇天하는 도전자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戰前의 예상은 적중하고 있었다.

第 4 局을 마친 시점에서  棋聖은 때 이르게  막판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특히 어렵게 잡은 승리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第 4 局의 패배는 무척 아팠다.


후지사와의 棋聖位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언론은 도전자의 棋聖位 8부 능선 점령을 보도하며  새로운 棋聖의 탄생을 기정사실화 했다.

역시 秀行은  방어에는 서툰 것인가..


그러나 第 2 期 棋聖戰은 기타규슈에서 두어진  第 5 局에서  그 운명의 물꼬를 돌려놓고 있었다.


九州는 도전자 加藤의 고향이다.

80의 老軀를 이끌고  공항까지 마중 나온  加藤의 부친 ,  淸夫  翁은

이번에도 아들에게는 눈길조차 한 번 제대로 주지 않고  보는 둥  마는 둥 ~

藤澤 棋聖에게만 달려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자식을 단련시켜 준 고마움에 대한  한결같은 極盡한 禮다.


더이상 뒤가 없는 棋聖으로서는  마치 도마 위에 오른 도미 격인데도  오히려 표정은 평온하다.

임전소감도  " 勝負야 어찌 됐든 간에  한 판 한 판을 신중하게..

그리고 납득이 가는 바둑을 두고 싶다."  로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다.


본연의 자세가 그러했는 지..  아니면 마음을 비운 것인 지...


한편 도전자는  " 이번에 결정짓지 못한다면  왠지 엉킬 것 같은 느낌이다."  라는

다소 불길한 말을 하고 있었다.

 

黑番의 棋聖은  이번에는 높은 중국식 ~

포석이 끝나갈 무렵,  本因坊은 실리를 챙겼고

마침내 黑 43으로  마치 커다란 먹구렁이가 또아리를 튼 듯  黑勢는 거대해 졌다.


노타임으로 44에 침입하는 加藤 .   ' 꽝 ~ !! '  하고  마치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했다.

手의 可否와 善惡은 불문하고  어쨌든 그림 상으로는  남의 집 안방에 구두발로 들어선 꼴인데..


45로 鐵柱를 내린 것은 당연해 보였고..  계속해서 46으로 들여다보는 加藤 .

여기서 棋聖은 손길을 멈춘다.  쉽게 둘 기색이 아니다.

뭔가 강경한 수단을 연구하는 모양이다.


 

 

 

1 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棋聖은

' 딱 '  소리와 함께  黑 47을 바둑판에 돌이 파묻혀라  힘차게 두들겼다.  귀 쪽에서 막은 것이다.

이를 본  加藤은  " 엇 ~ !! "  하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專門棋士가  그것도 棋聖이 47 手 째에서  너무도 때 이르게 섬멸전을 선포한 것이다.

설마 진짜로 다 잡자는 것인가..


이것은 마치 앞동네 張씨가 옆동네 李씨를 상대할 때나  나올 법한 수법이 아니던가..

그런데 바로 그 수법을  천하의 棋聖이  그것도 천하의 本因坊을 상대로 들고 나온 것이다.

잡으러 가는 쪽은 다소 민망했을 것이고  당하는 쪽은 당혹스러웠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棋聖은  不問曲直  일직선으로 잡으러 갔다.  그것도 킬러의 말을..


마치  " 못 잡으면 던지면 될 것 아니냐.."  는  식이다.

한편으론 지극히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그 알 수 없는 배포에 겁도 난다.

아무리 큰 판이라도 언제나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바둑을 담담히 두어가는 것이

괴물 슈코의 所信이요 哲學이며  가장 큰 매력이라지만..

 

加藤은 50으로 변화를 구해 보지만,  棋聖은 한사코 51, 55로 키워 먹겠다고 고집한다.


다행히 이번 판에서 막판을 버텨내며  목숨을 연명한다 하더라도  아직도 갈 길이 먼 棋聖으로서는

아예 이참에 도전자의 氣를  무참히 꺾어 버리기로 작정했던 것일까..


그렇게만 된다면  다음이 훨씬 편해지는 법 ~ !!

승부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百戰老將의  동물같은 승부호흡이 발동했을 법도 하다.


더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56으로 끌어내는 加藤 .

염치불구하고  빈삼각이라는 뭉툭한 칼날을 들이대며  처절하게 破戶치는  棋聖 .


먹느냐 먹히느냐..  잡느냐 잡히느냐...  이제 더이상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 자 ~  드디어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해설을 맡은  大竹  九段은 반색을 하며  바둑판에 다가선다.

대국자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구경꾼만의 호사라 하겠다.

  

白 62로 고개를 내밀자  다시 장고에 들어가는 棋聖 .

" 놓쳤나..  바둑이 끝난 것 같다.  하긴  킬러의 말이 죽을 리가 없겠지."

하지만 투덜거리며 놓은 63은  大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가 전혀 아니다.


67로 봉쇄가 완료되어가는 시점에서  封手 ~


어쨌든 관전자는 즐거웠고  이 大馬死活의 攻防을 지켜보는 팬들은 흥분했다.

東京은 물론, 大坂을 비롯해  열도 곳곳에서 밤새도록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이 대형 묘수풀이의 결론은  " 어렵다..  알 수 없다..."  는  것이었다.

 

이튿날 ~  加藤은  이곳저곳  黑의 약점에 툭툭 잽을 날리면서  살길을 모색한다.

이쯤 되면  칼질을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겁나기는 마찬가지일 터 ~

괴물도  킬러도..  아마 속으로는 떨었을 것이다.


" 염라대왕이 부르신다."

괴로움이 사무쳤음인지  여간해서는 말이 없는 加藤의 입에서도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확보된 宮圖는 五宮桃花 ~  자체 도생의 길은 없다.

드디어  88로 끊어가는  加藤 .

예정된 코스다.  애초부터 大馬의 목숨을 기대해 볼 곳은 그곳 밖에 없었다.


大馬攻防戰  최후의 고비다.

이제 곧 바둑은 끝난다.  대마가 살아도 끝나고 죽어도 끝나고..


혼신의 힘을 다해  92로 붙여가는  加藤 ~


" 자 ~  이번에는 또  黑이 어려운 곳입니다.

바둑은 여기서 끝날 것이므로  秀行 선생은 좀처럼 두지 않을 겁니다."

大竹  九段은  자신 있게 단언한다.


大竹의 예언대로  棋聖은 좀처럼 두지 않는다.


" 이렇게 생각하긴  난생 처음이다."

棋聖의 독백처럼  藤澤 일생일대 최고의 장고였다.


' 2 時間  57 分 '  이라는  대 장고 끝에 떨어진 수는  93의 한 칸 뜀.


이에 맞서  94로 내려선 수는  2 時間을 고뇌한..  기나긴 장고의 보람도 없이

최후의 敗着이 되고 말았다.

手相戰으로 몰고갔지만  黑이 한 수 빠르다.


이제 남은 것은  도전자의 항서를 받아내는  요식 행위 뿐이다.


加藤이  항복 선언을 하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며 아쉬움을 달래는 사이

棋聖은  주먹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킬러의 大馬를 처참하게 쓰러뜨린  흥분을 달래기에 여념이 없는 듯 보였다.


" 두드려 봤자  좋은 수가 나올 리 없겠지만..  사고 능력이 사라졌다.  아빠는 뇌막염이라 피곤하다."

포만감에 사로잡힌  棋聖의 독백에

加藤은 그만  " 풉 ~ !! "  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131로 수가 메워지자


" 없 습 니 다 ~ "

도전자는 모기소리처럼  항복을 고한다.


" 지독하게 당했습니다.  내내 얻어맞기만 했거든요."

쓴웃음을 지으며 토해낸  加藤의 국후감이다.





과연  棋聖의 뜻대로 氣가 꺾였음인지  加藤은  6 局은 헛패를 쓰며 허물어지더니

7 局 마저  역전 반집 敗를 당하는  大 逆轉劇의 조연을 맡으며  第 2 期 棋聖戰은 막을 내렸다.

바둑史에 길이 남을 만한  名勝負였다.


특히  第 7 局은  加藤이 낙관 무드에 빠져 있는 사이

棋聖이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일궈 낸..   藤澤 바둑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執念의 승리였다.

" 한 집을 일천만 円에 판다면  당장에라도 사고 싶은 심정일 것."  이라는  대기실의 말처럼

속된 말로  눈 터지는 계가바둑이었던 것이다.


261 手  終局 ~   시간은  밤 9 時를 조금 넘겨서 였다.


" 반집이지 ?   白 반집 勝이야..   어디 지어 볼까..."

" 아니,  괜찮습니다."


둘은 공배도 메우지 않은 채  바로 복기를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立會를 맡은  오히라 九段은  碁譜를 보며

' 黑 40目 - 白 35目  =>  白 반집 勝 '  을  확인해 주었다.


"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加藤은  정중히 머리를 숙였고..

" 고맙네 ~  운이 아주 좋았어.  기분 좋게 둘 수 있어서  더욱 좋았네 ~ "

棋聖은  加藤을 위로했다.





" 질 마음은 없었다.  기력도 왕성했고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의 棋力과 迫力이  나를 능가한 것 같다.  무서운 執念 이셨거든 ~ "

다음 날  이미 밝은 표정을 되찾은 加藤은  이렇게 말하며  또한 겁나는 말을 뇌고 있었다.


" 그러나  한번  더 싸워보고 싶다.."



 

 

 

 

  

 

" 선생의 技藝를 고스란히 훔쳐  後世에 전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大竹  九段이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