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글

허위로 판명 된 ' 바꿔치기 說 '

野 人 2012. 11. 15. 15:15

 

81 年  새해 벽두, 第  5期 棋聖戰의 개막전이 벌어질 北陸文化 호텔에는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에 도전장을 들고 나타난 사나이는  大 竹  !

파워와 스피드는 물론 테크닉까지 겸비한 가공할만한 강펀치의 소유자 -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棋才다.

' 華 麗 '  의  秀 行 이냐..   ' 美 學 '  의  大 竹 이냐...

 

秀行流 '  對  ' 大竹流 ' ~ !!

棋風의 차이가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강한 두터움을 배경으로  숨 돌릴 틈 없이 상대를 휘몰아치며  가공할만한 펀치를 퍼붓는..

전광석화같은 동작으로  판 전체를 일거에 접수해버리는 호쾌한 棋風은  서로 닮은 점들이 많다.

감각과 기세를 중시하는 속기파들이며  낭만파를 대표하는 棋士들이기도 하다.

이런 流의 棋風에 제대로 휘말리면  그 파괴력은 실로 대적불가랄 만큼 강렬하다는 것이다.

秀行이든 大竹이든 이들이 작두를 타기 시작하면 말릴 방법은 없다는 얘긴데..


아무튼 구경꾼들의 구미를 당기는 이보다 더한 카드는 없으리라.

과연 이번 시리즈에서는 누가 신들린 칼춤을 제대로 보여 줄 것인가..


藤澤  棋聖의 지난 해 성적은  13 勝 - 12 敗 ,  표면적으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승률이다.

물론 알콜이 가미된 이유도 있겠지만, 棋聖戰 하나에만 올인하는..

배부른 사자, 슈코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과연 1年을  단 4판만으로 너털대는 슈코라 할만하다.

 

어찌 됐든 간에 이번에도 勝負의 예상은  팬이나 전문가 모두 大竹에게로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예상은 항상 도전자 편이다.

 

그러나 秀行이 누구인가  !

第 2期에서 킬러 加藤의 大馬를 처참하게 쓰러뜨리며  대 역전극을 연출 해낸 이후..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괴력을 뿜어내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상은 예상일 뿐이라는 듯 ~

신들린 괴물, 슈코의 칼춤에  컴퓨터도 이중허리도..  모두 보기 좋게 메다 꽂히고 말았다.

 

秀行은 이번 期를 방어하면  ' 名 譽 棋 聖 '  位에  오르게 된다.

우승 상금 - 2 천만 円 ,  대국료 - 6 백만 円 ,  거기에 名譽棋聖에 뒤따르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이번 방어전은 무려 1억 円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상대 또한 秀行 자신이 그 기재와 강함을 익히 인정하는  大 竹 ~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투지와 함께  적잖은 부담과 압박 또한 있었으리라.

 

 

 

 

여기서 잠깐, 81 年 당시에 1억 円이었던 바둑의 가치가..  지금은 ?

음..  역시 답이 안 나온다.

이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고  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지하고 몰염치한 자들의 뇌를 자극시킬..  최소한의 그 무엇인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기술과 수단만 파다가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면  그것은 더없이 아둔한 짓이요 ~

기술과 수단에 치여  본질과 정체성까지 훼손 당할 지경이라면..

그 또한 무능의 극치요  가벼이 용서 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결과적으로 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둑史에 씻을 수 없는 중죄를 짓는 일이 아니겠는가 ?

 

선생의 사생활과 술에 얽힌 일화들을 문제 삼으며  폄하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마디만 해 주고 싶다.

일상에서는 제대로 미쳐 살았고  奇行과 逸脫을 자유로이 넘나들던  후지사와 ~

그러나 바둑판을 마주하면  누구보다 엄격했고 준엄했던 그 이름 또한  후지사와였다고..

어찌 됐든 간에  선생은 棋聖戰의 가치를 1억 円으로 올려놓으신 분이라고...


바둑쟁이로서 절대 용서 받을 수도 없고  용서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은 바로  바둑을 욕 보이는 일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나 또한 다른 것은 얼마든지 감수할 용의가 있다.

棋士의 몸값과 가치를 높였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내가 선생을 존경 할만한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결국은 그것이 궁극이요 전부인 것을...

 


對局 前 ,  東京의 讀賣 홀에서 개최된 前夜祭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이번 棋聖戰에 임하는 두 棋士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임전 소감에서..  棋 聖 은

" 名譽 00  따위 소리를 듣게 된 때가 가장 위험하단 말이야.."

라며  여유롭게 쓴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내심은 아마도 필사적이었을 게다.

 

大 竹  또한

" 秀行 선생님과 여러 판의 番碁 승부를 벌이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 꿈이 이루어져 무척 기쁘다."

" 秀行 선생님의 기량을 고스란히 훔쳐  후세에 전하는 것이 나의 임무다."

라며  어디까지나 겸손하게..  허나 한편으로는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바둑계 참새들 사이에서는

' 大竹이 지난 가을  治勳에게 내준 名人位 대신 棋聖位를 접수할 것 '  이라는..

이른바  ' 바꿔치기 說 '  이  파다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과연 大竹이 참새들의 기대에 부응할 지..  아니면 슈코가 괴력을 이어갈 지...

 

對局 당일, 식당에 들러 일본식 정식을 말끔히 먹어 치운 棋聖은  폭설을 뚫고 산책을 나선다.

장화에 우산까지 받쳐 든 중무장을 하고..

이에 반해 느지막이 기상한 大竹은  아침은 거른 채  옷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소식가인 大竹은  특히 對局이 있는 날에는 거의 먹지를 않는다.

 

대국장인  ' 壽 室 ' 에  立會를 맡은  武宮 本因坊과  해설자  石田 九段이 차례로 입실하고..

TV 라이트와 카메라 프레시가 번쩍이는 가운데

도전자 大竹은 미리 준비된 백색 수건으로  바둑판을 연신 닦아 대고 있다.

 

어제 양 대국자가 署名한  天地柾의  6 寸  榧子盤이다.

특히 棋聖은  揮毫로  이 盤을  ' 磊磊 ' 라  命名했는데..

讀賣新聞社의 相原忠英 씨가 자신의 퇴직금으로 마련한 所藏品으로  이 대국이 처음이다.

그것도 이번 7番 승부의 첫 대국이므로  내심 그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제 1局에 쓰였던 당시의 榧子盤

 

 

3分 전에 입실한 棋聖은  " 돌을 먼저 쥐어 볼까.."  라며  즉시 白돌 통을 당겨 놓는다.

大竹은 黑돌 하나를  판 위에 올려 놓고..   棋聖이 움켜 쥔  돌 수는  21 개 ~

도전자의 先番이 결정되었다.

 

白 12 ,  " 우리가 두었다면 꾸지람거리지만  秀行 선생답게 대담무쌍한 수다."

라고..  해설하는  石田  九段 .

모양은 좀 이상하지만  黑勢를 견제하며 침입을 엿보는  박력있는 수 같기도 하고 ?

 

大竹이 長考에 들어간 사이,  棋聖은 가벼운 목례을 남기고 퇴실..

" 大竹 군의 부채소리가 너무 커서 신경에 거슬리니

武宮 군에게 부탁해서  점심 때라도 좋으니  부채를 교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 大竹 선생님, 1 시간 소비하셨습니다."  기록계가 大竹의 소비시간을 알린다.

" 이런 식으로 두다가는 시간이 부족하겠다."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채소리도 더욱 심해진다.

차를 마셔 보고, 사탕도 빨아 보고, 손톱도 깨물어 보고..  연신 부산을 떨어 대는 大竹.

59分만에  黑 13을 어렵게 착수해 놓고는..

" 이상한가 ? " 를  연발하고 있었다.

 

손을 돌린 右下의 접전에서  포인트를 올리는 棋聖 .

白 유리 - 黑이 한방 맞았다는 말들이 검토실에서 흘러나온다.

 

 

 

 

점심 식사 후에  재대국.

" 선생님, 부채..  죄송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大竹에게

" 아니,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했소."  라고  답하는 棋聖 .

 

13 時  19 分 ,  棋聖이 담뱃불을 붙인다.  오늘 겨우  네 개피 째 ~

對局이 있는 날에는  피스 담배  6 갑을  족히 태워 없애는 棋聖이,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제자나 다름없는 후배  大竹을 위해  자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黑 37을 놓고  다시 한번 부채를 '탁' 하고  폈다 접는  大竹 ~

그리고는 바로  " 안되지, 안돼..  이래선 안되겠는 걸.  실례했습니다."

 

黑 47은 의문이었던 모양이다.

白 50을 불러  秀行 특유의 두터운 바둑에 날개를 달아 준 꼴이었다.

白 50, 52라는 날카로운 공격이 시작되었다.  棋聖의 굵직한 손가락이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변화를 모색하는 大竹의 입에서는  유례 없는 심한 투덜거림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어떻게 할거지 ?  점점 험악해져 가는데.."   大竹의 의향을 묻는 棋聖 .

" 선생님이 封手를 하시겠습니까 ?

하지만 저는 시간을 많이 써서..  5 시간이 넘으면 곤란한데요.  4 시간 반이라면 괜찮습니다만,,"

" 글쎄.. 그쪽은 좀 곤란하겠지.  아까 밀어온 수를 封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 우선 선생님이 封해 주시고  시간문제는 나중에 따져 보지요."

 

棋聖은  27 分을 생각한 끝에  15 時  57 分에  白 60을 封했고..

나머지  63 分의 시간은  棋聖이 39 分 - 大竹이 24 分을  보태넣기로 합의되었다.

 

 

 

 

이튿날, 棋聖은 계속해서 격렬한 공격을 퍼부으며  左上 일대에 30 여집의 현찰을 챙겨 넣는다.

49 分의 장고 끝에  黑 69로 하변을 키우며  버티는 大竹 .

계속해서  黑 77로 좌변을 응급 처치한 후,  右上으로 손을 돌리는 大竹 .

자칫하다가 右上마저  白의 손길이 먼저 닿는 날에는  바둑은 그대로 끝장이다.

 

점심 시간이 임박한  11 時  41 分 ,  棋聖의  會心의 한 手가  떨어졌다.

白 82의   모자 씌움  !!

 

" 棋聖의 닉네임대로  정말 華麗한 수다  ! "

" 두텁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 "

" 이 바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수다  ! "

"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놓여진 다음에야  과연 ~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우리같은 이들은 82에 모자 씌우는 발상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 "


그들도 모두가 일류인, 프로들의 입에서 연이은 찬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점심 시간에도  남비국수를 말끔히 비운 棋聖은  다시 산책에 나섰고..

점심도 거른 大竹은 커피만 마신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白 90의 치중 수가  상변에 떨어지는 순간 ~

판 위에 널린 모든 돌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 수로  ' 승리는 내 것 ~ !! '  이라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수다.

승부를 결정짓는  통렬한 결정타다.

 

계속해서  一瀉千里로 상변을 결정지은 棋聖은  104로 하며 끝내기 ~

마침내  ' 이겼습니다 '  라고  승리를 선언한다.

 

끝내기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형세는 이미  반면 승부 ~

싹싹한 성격의 大竹은  아마도 곧 돌을 거둘 것이다.

 

15 時   22 分 .

" 커피를 부탁합니다. 설탕도 밀크도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모두  노우 땡큐 ~ "

棋聖의 마지막 멘트는  아마도 덤벙거리는 성격 탓에  다 잡은 승리를 번번히 놓쳐버리는..

자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으리라.

 

16 時  즈음 ~   팬들을 위한  石田  九段의  해설회가 시작되고..

" 안 되겠습니다."   大竹은  곧  항복을 선언한다.

1집 반의 차이조차 견디지 못하고  돌을 거두는  결벽주의자 大竹이기에

더 이상  이 바둑을 물고 늘어질 명분은 없는 것이다.

 

이 바둑은  棋聖의 完勝이었다.  모두가  白의 名局이라고  입을 모았다.

" 나도 한번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겨 보고 싶다."

라고  말하는 프로도 있었고..

" 너무 멋지게 이긴 탓에  오히려 第 2局부터가 걱정이다."

라며  불안해 하는  秀行의 팬도 있었다.

 

 

 

 

다시 속개된  第 2局 역시  눈의 고장 홋카이도 ~

 

5 分  전에 입실한 大竹은  자리에 앉자마자  " 참 훌륭한 盤입니다."  라며  연신 감탄한다.

삿포로에서 棋聖戰이 개최 될 때마다  항상 빌어 쓰는 盤으로

전날 運輸大臣을 지낸  地崎宇三郞 씨의 備藏品이다.

盤이  2 천만 円 - 돌도  2 천만 円 ~   한 벌에 무려  4 천만 円에 달하는  초특급 명품이다.

이면에는  ' 淸 和 - 本 因 坊  秀 格 '  이라고  署名되어 있다.

마침  高川  名譽 本因坊이  이 바둑의 해설을 맡고 있다.

 

第 2局의 흥밋거리 중 하나는 바로  藤澤 棋聖의  先番이라는 점이었다.

앞선  前夜祭에서  大竹이

" 선생님, 올해도 中國式입니까 ? "  라고  농담 비슷하게  물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第 2期 때 ,  加藤과의 7番 승부에 대한 인상이  모두에게 워낙 강렬했던 탓이리라.

 

그러나 棋聖의 선택은  이번에는  미니 中國式이었다.

" 눈의 고장인 이곳에서 白番이므로  조짐이 좋을 것 같다."  는  포부대로

과연 大竹은 이곳 설원에서  새로운 전단을 만들며  승부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

 

초반부터 大竹의 장고가 거듭되는 가운데..

棋聖은 기록용 시계를 흘깃 쳐다보는가 싶더니  ' 딱 '  하고  黑 21을  야멸차게 찍어 눌렀다.

너무도 때 이르게  3.三을 파고든 것이다.

 

술렁이는 검토실 ~

" 秀行 씨가 3.三 침입을  너무 서두르는 걸..   강한 사람들은 모두 실리에 짜다지만...

내가 둔다면  마지막 큰 곳 - 상변에 둔다.  그래야 보통인데...."

깜짝 놀란  해설자,  高川  九段의 評이었다.

 

휴식을 마친 후 ,  黑 35로  좌변을 두텁게  뛰어 두는 棋聖 .

트레이드 마크인  이른바  두터운  ' 秀 行 流 '  다.

오후 대국 개시와 함께  14 名의 팬들이  30 分 간  대국을 직접 관전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러나 장고에 들어간 大竹은  白 36을  끝내 두지 못했다.

 

약속된  13 時  30 分 ,  30 分 간에 두어진 수라고는 棋聖이 35로 뛴  단 한 수.

물러가는 관전객의 인기척을 느낀  大竹은

" 끝내  안 두고 말았군 ! "   혼잣말을 뇐다.

大竹은 관전객에게까지 신경을 쓰는  매우 살뜰한 사람이다.

그도 가능하면 착수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白 46으로 우변을 보강한 大竹은  곧 48로 하변에 뛰어들었다.

반상에는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침입을 맞이한 棋聖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생각에 잠긴다.

 

10 分을 생각하더니..   " 封手할까요 ? "

" 예 ? "  하며  당황해 하는  大竹 .   " 저는 시간을 무척 써 버렸는데요.."

그러나  곧  " 封手하기에 적당한 곳인가 봅니다.  시간 배분은 나중에 상의하시고  封해 주실까요.."

棋聖은  " 그야 물론 ~   이쪽이 제안자니까.."  라며  나머지 시간 중  50 分을 떠안았다.

 

 

 

 

이튿날, 左下에서 시작된 전투는  좌변을 거쳐 左上까지 번져 나갔다.

" 이거 토막토막 이로구나.  망할 망자다."   투덜대는  大竹 .

" 흐흐흣.."  웃으며  여유만만한  棋聖 .

高川 역시  黑 - 우세를  판정하고 있었다.

선제 공격을 가해야 했을  白 64가 이상했다는 의견들이었다.

 

이틀 째 오후 ~   바둑은 정점으로 치닫고  대국자는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다.

부채는 가져왔지만, 의자 뒷쪽에 밀어 놓고  손도 안 대는  大竹 .

좋아하는 피스 담배에 저절로 손이 가다가도  깜짝 놀라 움츠리는  棋聖 .

치열한 승부 속에서도  서로는 상대를 배려하며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만감에 사로잡힌  棋聖의 착각이 곧 튀어나왔고..

104로 모 행마하며  연신 내뱉던 大竹의 투덜거림도 잦아들었다.

근거를 위협 당한 黑이  거북이 걸음을 계속하는 사이  白은 右中央에서 의외의 소득을 챙기고..

아직도  黑 - 우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으로 아주 미세해졌다고 판단하는  高川  九段 .

 

115로 급소를 일격하며  右上을 최후의 싸움터로 만들어 가는  棋聖 .

黑의 공격 - 白의 수습 ,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 손이 너무 빠르다.  경솔했나.."   반복되는 棋聖의 독백.

역시 경솔했다.  白 5점은 삼켰지만, 우상귀가 허물어지며  형세는 역전.

 

최후의 전투에서 포인트를 올린  白의 승리가 점쳐지던 순간,

그러나 이 바둑은  그 이후가 阿鼻叫喚이었다.

쌍방 간  엉터리 수를 남발하며  엎치락뒤치락 ~

" 끝내기에 들어서서  이처럼 형세가 흔들린 바둑도  타이틀전에서는 보기 드물 것.."

高川  九段도  무척 의아해 하고 있었다.

 

17 時를  막 넘어선 시각 ~

" 계속 두겠소 ? "  라는  棋聖의 제안에 大竹이 동의하며  저녁 휴식은 생략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大竹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棋聖은 아직도 시간을  4 시간이나 남기고 있는데도..  상대가 두기 무섭게 번개처럼 두고 있다.

그 덕분에  大竹은 더더욱 생각할 겨를이 없고...

설마 천하의 괴물, 슈코가  시간공격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낭만파들의 특징인, 아마도 이미 자신의 바둑에  기분이 상한 탓이리라.

 

그런 와중에  최후의 실착은  大竹에게서 나왔고..

미세한 차이였지만, 역시나 大竹은 싹싹하게 돌을 거뒀다.

 

" 꼴 사나운 바둑을 두었다."  며  자신을 자책하던 棋聖은

잠이 잘 안 온다며  한밤중에도 몇 번이나 자다가 일어나 뒤척이고 있었다.

 

 

 

 

大竹의 고향이자 온천의 도시 ,  別府에서 진행된  第 3局에서도

棋聖은 두터움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승리 ~   단박에 도전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두터움의 가치를 익히 알고 있는  藤澤의 추격전에서는 기백과 박력이 넘치고 있었다.

그 두터움에서는 미지의 심해처럼  바닥 모를 공포심마저 느끼게 된다는..

 

또한 146을 수읽기하는 모습에서  棋聖戰에 임하는  藤澤의 집념을 엿볼 수 있었다.

51 分의  대 장고 끝에  棋聖은 이미 승리를 확인했다는 듯 ~  日字로 힘차게 달렸는데..

고향에서 막판에 몰리는  大竹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상에서는 40 의 두툼한 조개돌만  무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나 담백한  大竹의 성격에..

" 이 바둑은  나도 필사적이었지.."  라는  국후 소감처럼

棋聖의 집념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번 시리즈에서  도전자에게  4 連勝을 기대한다는 것은  큰 무리리라.

 

내친김에 棋聖은 니가타의 오쿠라 호텔에서  名譽棋聖位를 결정지었다.

그것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스트레이트 완봉으로 ~

천하의 棋才 - 大竹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지다니,,

신들린 棋聖의 괴력이란 말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로써 참새들의 입방아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終局 후  이어진 파티에서  棋聖의 손에는 애타게 그리던 술잔이 들려 있었다.

棋聖戰을 대비해서  그동안 그토록 좋아하는 술을  모질게 참아온 藤澤이다.

동석한 이들의 한결같은 걱정거리는  이대로 또 棋聖의 폭음이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 일.

곧 있을  NHK 杯  결승전까지만이라도  맨정신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棋聖의 행방이 묘연하여  비상 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棋聖은 이미 곯아떨어져 있었고  방구석에는 반 쯤 비운 위스키 병이 보였다.

마침 잘됐다며  藤井은 술병을 치웠고..

棋聖이 술병의 행방을 수소문하러  藤井을 다시 찾은 시각은  새벽 4 시.

藤井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었다 한다.

 

그러나 棋聖은 다 알고 있었다.  하네다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동행들에게

" 그 녀석이 범인인 줄은 잘 알지만,

물증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힘으로는 당할 장사가 없어서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고.."  ㅎㅎ

비행기 안에서도 棋聖은  또 다른 위스키 한 병을 품에 안고 있었고,

이번에는 棋聖의 폭음을 걱정한 日本棋院의 직원 두 명이  잽싸게 먼저 비워 버렸다는..

" 어, 벌써 다 마셨나 ? "  하고  놀랐다는 棋聖 .

 

東京으로 돌아온 棋聖은  그날부터 바로 곤드레가 되었고..

예의 棋聖이라면 이렇게 흠뻑 취한 상태는  한 달 이상 계속될 것이다.

열흘 후에는  다카기 八段과의 결승전이 이미 잡혀진 상태여서

NHK 杯  관계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미 술로 인한  몇 차례의 前科가 있는 藤澤이다.  바로 이  NHK 杯에서도  몇 해 전,

쓰기우치 九段과의 대국에서  술에 취한 棋聖이  시간을 반도 못 채우고 던져 버리는 바람에

연출자들은 남은 시간의 공백을 메우느라  무척 애를 먹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반성을 하고 사과한 藤澤은  이후 책임을 지고

' 더 이상 TV 바둑에는 출전하지 않겠다 '  는  청원을 냈지만,

日本棋院이나 NHK로서는  인기나 흥행면에서 최고의 카드인 그를  배제할 수도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오히려  술에 취한 棋聖의 그 天眞爛漫함을  은근히 기대하며 즐기려는..

무책임한 참새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충고로  이틀 전에  다시 斷酒에 들어간 棋聖은

비교적 멀쩡한 정신으로 나타나  보기 좋게 우승, 기대에 부푼 참새들을 낙심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