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글

마지막 초읽기는 棋士의 狂氣를 부른다

野 人 2012. 6. 23. 20:38

 

80 年  가을, 가을의 시작은 또한 名人戰의 개막을 의미한다.

올해는  大 竹 : 趙 治 勳  !!    木谷  門下의 大兄 ,  大竹에게 막내 격인 治勳이 도전한다.

第 5期 名人戰은  비바람이 羽澤 가든의 정원을 차갑게 적시는 가운데  9月 10日에 그 막을 올렸다.

기다니  一門 끼리의 격돌이다.


 

 

 

 

이틀걸이 바둑의 경험이 없는  도전자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戰前의 예상을 뒤엎으며

기세 좋게  大竹 名人을  連敗로 몰아붙이는  도전자  治 勳 .


이번 시리즈는  어쩐지 시작부터  名人의 亂調였다.

강한 두터움을 배경으로  숨 돌릴 틈 없이 상대를 몰아치며  가공할 펀치를 날리는..

상대의 폐부를 정확히 찔러가며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는...

이른바 호쾌한  ' 大 竹 流 '  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大竹流가 제대로 발동하면  그 파괴력은 실로 화산 폭발처럼 강렬하여

대적불가랄 만큼 강하다는 것이  그를 상대해 본 棋士들의 중론이다.


第 3局은 초읽기에 몰린 도전자가  최후의 실착을 범하는 사이  名人이  반격에 성공하며  1勝 2敗 .

이제  이번 7番 勝負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될  第 4局이다.

7番 勝負에서  第 4局은  늘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되곤 한다.

흐름상으로나 기세상으로나  이 바둑의 勝者가

바로  第 5期 名人戰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무대는  長良川 호텔의  ' 皆 藍 亭 '

그 옛날  오다 노부나가가  교토로 진출하는 관문을 열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무대이기도 하다.

立會는  石田 9段 .  기록은  彥坂 4段 .


黑番의 도전자는  호쾌한 3 連星 포진을 펼치며  대규모 구상을 전개할 뜻을 내비친다.

이에 대해 名人은  向小目 포진으로 대항하고..

大竹은 藤澤이나 加藤처럼  한 가지 布石만을 고집하는 법이 없다.

白의 굳힘에  黑은 계속해서  4 連星 .

좌하귀의 定石을 둘러싸고  서로가 하변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주문을 거스르는 신경전이 있었지만  결과는 무난한 타협이었다.


長良川의 물결처럼  유유하고 잔잔하던 바둑은

名人이  白 40으로 건너붙여 끊으며  한바탕 전투를 예고한다.

이 手를 시발점으로  이제 곧 서로의 칼날이 맞부닥치며 불꽃이 튈 것이다.

" 다음 手를 封하겠소."   名人은 封手할 뜻을 밝힌다.

封手하기에 딱 알맞은 시점이다.

한참 칼질을 하다가 쉬는 것은  리듬상 좋지가 않다.  氣合이 빠져 왠지 싱거운 느낌도 들고..

白 46의 封手를 기다리는 동안

도전자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 封手는  16의 十二 "

이튿날, 石田 9段은 좌표를 읽어 주는 것으로  대국개시 선언을 대신한다.

名人은  白 50을 두지 못하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진 두 부대를 수습하기가  영 곤란해진 것이다.

그동안 도전자는 방석의 술실을 만지작거리는 듯 싶더니  성냥갑을 집어들고 빤히 쳐다본다.

마치 사냥에 성공한 맹수처럼  먹잇감을 바라보는 기쁜 얼굴이다.

얼마 후면 갑 속의 성냥개비는 趙의 손가락에 꺾이고 또 꺾여  모두 자잘한 부스러기로 변할 것이다.


" 큰일 났다." 며  연신 투덜대던 名人은   " 아..  시간이 없어진다."  라며  드디어 日字로 달렸다.

무려  2 시간의 대 장고였다.

이는 속기파인 大竹 바둑에서는 물론, 名人戰 전체의 역사로 보아도  기록적인 장고였다.

53 이하  59까지..   나와 끊는  趙 治 勳 .

두 사람 모두  우변의 白 석 점을 계속 곁눈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단 그림상으로는  白이 바빠진 모습인데..


그 와중에도 名人은 잽을 날려두며  후일을 도모하는 치밀함을 잊지 않는다.

名人은  白 64로 뛰어든 한 점을 깃점으로  멋진 사석작전을 펼치며  대규모 수습에 성공한다.

순식간에 중앙이 허연 눈밭으로 변하며  철옹성을 구축한 것이다.

중앙을 가로지른 이 白勢는  전국을 압도하고 있다.

미끼로 던진  白 한 점을 덥석 문  도전자의 경솔함이 부른 화였다.


바둑은 단숨에 名人 쪽으로 기울었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초반, 우상의 수습에 시간을 퍼부은 大竹은  상대보다 2 시간이나 더 시간을 소비하며

때이른 88 手 째에서  벌써 초읽기에 몰리고 있었다.

장고파인 趙보다 먼저 시간에 쫒기다니..   생각조차 안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내가 이렇게 시간에 몰리다니..  믿지 못하겠는 걸..."  大竹은 연신 투덜거린다.

결국  이 시간이라는 변수가  종반에 대 파란을 몰고 오게 되는데..


중앙 석 점을 맛나게 삼킨 名人은  진즉부터 노려왔던  우상귀 2 선으로 특공대를 투입한다.

그 자신 있는 손바람에는  " 어때.. 녹았지 ? "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도전자는 미처 그 手를 생각지 못한 눈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오는 펀치는  더욱 아프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법이다.

그곳에서 쉽게 수가 나서는  승부는 결정적이다.  도전자의 몸짓 또한 절망적이다.


 

 

 

黑 143을 둔 시점에서  두 사람 모두는 드디어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다.

양자가 모두 초읽기에 몰리면서  검토실은 무인지경이 되고..

관계자 모두가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대국실을 지키는 가운데

무심한 彥坂直人의 초읽기 소리만  드높게 실내를 울린다.


옥쇄를 각오한 도전자가  최후의 결전을 결행하며..

밤 10 시가 넘어선  완전히 밀폐된 방 안의 싸움은 漸入佳境이다.

이미 취재 기자들도  멀리 쫒겨나고 말았다.


초읽기에 몰려  165로 단수 치는 도전자의 손길이 흔들린다.

그리고  "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趙의 손이 허공을 한 바퀴 휘젓더니  167에 붙였다.

아슬아슬한 터치.


" 큰일 났구나 ! "   당황한 大竹은 크게 외치면서  168을 격하게 찍어 놓았는데

이때  黑 167이 판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야말로 돌이 튀는..  피가 튀는 한밤중의 혈투다.

두 사람은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적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읽기 경험이 거의 없는 大竹은  연신 헛발질을 해대며

바둑을 점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黑 177로 좌변을 마저 빵따내자  大竹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다.

알토란같던 白의 寶家가  고스란히 黑집으로 변한 것이다.

그야말로 桑田碧海였다.


좌변에서  치명상을 입은 大竹은

중앙에서 젖히고 끊고 몰아서  드디어 문제의 패가 발생했는데..

담백하기로 소문난 大竹이  이 바둑을 차마 던지지 못하고  말도 안 되는 손해 패를 써가며

물고 늘어지는 심정은  아마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것이었으리라.

지금 던질 수 없는 승부의 흐름이라는 것이  한없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으리라.


 

 

 

그 순간 기록계인 彥坂은  두 대국자의 초읽기와 시간 기록, 碁譜를 적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돌을 놓을 때마다  그의 손에서는 대형 스톱와치가 찰칵찰칵 울리며  긴박감을 더해주는 가운데..

白 212로 패를 따내자  趙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순간  " 40 초 "  하는 소리가 들렸고..

볼이 붉게 상기된 趙는  분주하게 바둑판을 더듬던 눈길을 彥坂에게 보냈다.

" 내가 따낼 차례지 ? "

" 예 ~ "   얼떨결에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  彥坂 .


" 어 ? "  하는  大竹의 말릴 틈도 없이  趙는 분주하게 패를 따내고 말았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마지막 초읽기가..  1분 바둑이 낳은 비극이었다.

 

마지막 초읽기는  자칫 棋士를 狂氣의 경지로 몰아 넣는다.

1분 안에 수읽기를 하고 ,  계가를 해야 하고 ,  또 형세판단도 해야 하고..

이런 와중에 패까지 난다면 ~  팻감과 바꿔치기에 의한  손익계산까지..


비슷한 사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얄궂게도 바로 이 바둑의 立會者인  이시다 9段이

과거  프로 十傑戰에서  가지하라 9段을 상대로  실격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시간이 얼마든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시다는 순전한 착각으로  패를 바로 되따내 버리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내 상황을 깨달은 이시다는  바로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立會者인 쓰기우치 9段은  이시다의 반칙패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趙가 기록계에게 확인했다는 사실이  과거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

판정을 위해  관계자들이 협의를 하는 가운데..

" 이건 억울해.  난 분명히 물어봤는데.."   趙는 탄식하고 있었고..

" 나는 판정을 따르겠다."   大竹은 판정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판정 결과는

' 趙는 관례를 따른 것 뿐이고..  따라서 실격이라 할 수 없다.

第 4局은 무승부로 한다.'  는  것이었다.

이 결과에 우선 大竹이 승복했고..   " 大竹 선배만 좋다면.."  하고  趙 역시 승복했다.


두 棋士 모두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兩雄은 그 기량에 걸맞는  인품과 대범함으로..

그렇게 초읽기가 만들어 낸 희대의 해프닝은  별 분란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이 초유의 사건은  훗날 아사히 新聞과 日本棋院이 합의하여

' 기록계는 대국자의 착수에 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  라는  규정을 추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존경스러운 것은  이 사건에 관해  趙治勳 자신이

" 남한테 차례를 묻다니..  칠칠지 못한 일이다."

라며  스스로를 먼저 꾸짖었다는 것이요.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반칙을 범한 상대에 대해

大竹 또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인배 大竹다운 行馬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바둑의 비중이 第 4局 , 단지 한 판의 무게가 아님을  大竹이 어찌 몰랐겠는가..

이 한 판의 결과가  이번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열쇠임을,

조만간 둘 간의 까마득한 격차를 초래할 것임을..

자신의 결정이 후배에게 名人의 권좌를 내어 줄 수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竹은 결코 勝負에 현혹되지 않았다.

名人位가 걸린 그 중차대한 순간에도  勝負보다는 藝道를 고집했던,

그 대단한 名人位도 藝道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내던질 수 있었던..

언제나 그는  勝負師이기 이전에  ' 藝 人 - 大 竹 '  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일부 규정을 정비하고 속개된  第 5局에서는  鬼手와 妙手가 난무하는 가운데

도전자가 멋진 대규모 수습작전을 선보이며  역전승을 일궈내더니

6 局마저 그대로 밀어붙여  염원하던 名人位에 우뚝 서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第 4局이 시리즈 전체의 분수령임을 또 한번 입증한 셈이다


24 歲의  새로운 名人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여섯 살 꼬마 趙治勳이 渡日하며 가슴 깊이 새겼던 꿈  !

머나먼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키워 왔던 꿈  !    꿈에도 그리던 名人位  !!

마침내 현대바둑의 본거지, 日本에서..  열도의 심장에서 名人이 된 것이다.

 

 

 

 

 

"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어쩐지 품고 있었던 名人位에 대한 염원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돌아가신 木谷 선생님께  제일 먼저 고하고 싶다."

새로운 名人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고..


" 그렇지 않아..  내가 완패한 것이지.  다시 공부해서  이번에는 가르침을 받고 싶다."

담백하고 싹싹한 성격의 大竹은  후배의 승리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대국 중  연신 투덜거리고 혼잣말을 뇌고..  때론 명랑하기도 하고...

이런 면에서 大竹은  스승을 참 많이 닮았다.

말이 많은 大竹에 비해  趙는 애꿎은 성냥개비만 쉴 새 없이 부러뜨릴 뿐  거의 말이 없었다.

간혹 상대가 자리를 뜬 틈을 타  알 수 없는 말을 몇 번 중얼거릴 뿐이었다.


 

 

 

" 속내를 들킬까 봐 그러시나요 ? "  라는  질문에

" 아니, 선배에게 실례가 되면 안되니까.."  라는  대답이었다.


大竹 또한 후배에 대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끼게 해주었다.

6 局 모두의 封手를  혼자 떠맡은 것 또한  우연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 治勳은 정말 세어졌어..  세다."  라며

후배에게 아낌없이 축배를 건네는  상쾌한 모습과 그 덕망있는 인품은

木谷 一門의 大兄이자 리이더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