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묻는다. 그 책들 다 봤냐고 ?
또 누군가가 묻는다. 그 책들 다 볼거냐고 ??
뻔뻔스럽게 나는 답한다.
그 책을 다 봤다면 입단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또 묻는다. 그런데 왜 ?
똑같은 책을 두 질, 세 질..
바둑판을 2단, 3단 쌓아 놓고 지랄이냐고...
공부가 목적이고 기술과 수단이 목표라면
같은 책을 굳이 그렇게 각 잡아서 모셔 두기야 하겠는가..
순서대로 초판, 개정판, 신장판.. 이 따위로 책을 모으는 악취미야 붙였겠는가..
딱히 이유는 없다.
'왜 ?' 라는 단어도 벅찬데..
특히 '필요' 라는 단어까지 들이대면 나는 졸지에 죄인의 신세가 되고 만다.
설명할 길도 없고 또 별로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좋아서 하는 짓이다.
기다리는 동안의 설레임이 좋고
포장을 뜯는 동안의 그 긴장감도 좋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그 책내음도 참 좋다.
새책에서 나는 산뜻한 香도 좋지만
古書에서 풍기는 약간은 쿰쿰한 냄새도 내겐 더없이 좋다.
碁譜를 통해 名人의 생각을 엿보고, 책 향기도 맡고, 손으론 종이의 질감까지 느끼니..
이만하면 내 주제에 武陵桃源이 따로 없다.
각을 잡아가며.. 키를 맞춰가며... 정리하는 맛도 쏠쏠하고
大字로 드러누워 정리된 책을 감상하다 보면 처음엔 뿌듯함도 느꼈었다. ㅎ
불현듯 뭔가가 생각나서 미친 듯이 뒤져보는 맛도 있고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盤面의 촉촉한 감촉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그쯤 되면 병이 아니라 변태라고 놀리는 놈도 있더라마는,, ㅎㅎ
이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ㅎ
여전히 판도 돌도.. 내겐 용도도 많고 주는 것도 많다.
아련히 전해지는 손끝의 촉감도 좋고
새하얀 면수건으로 정성을 다해 닦는 맛도 일품이다.
이렇듯 즐거움이 많을진데..
병이면 어떻고 또 미친놈이면 어떠랴~
친구놈한테 까짓 변태 소리 좀 듣는 게 뭐 그리 대수랴~~
그저 '세상엔 참 별 미친놈도 다 있구나 !' 쯤으로
웃어넘겨 준다면 感之德之인 것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꽃을 꼭 눈으로만 본다던가..
세상 만물이 어디 적시 적소에 딱 맞아떨어지기만 한다던가..
내 잣대만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
난놈이 있으면 좀 모자란 놈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깨진 놈에 삐걱거리는 놈도 있을 터~
이 좁아터진 돌동네에 나같은 미친놈 하나 쯤 있다 해서 뭐 달라질 것이야 있겠는가..
이곳에 들르신 기우님들 올 한해 모두모두 대박 나세요 !!